천봉삼으로 살았던 지난 몇 달 동안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구한말, 붕괴되어가는 봉건사회의 끝에서 새로운 시대를 꿈꿨던 보부상을 통해 진정한 장사꾼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장혁. ‘장사의 신-객주 2015’(KBS)는 지난 2월 18일 막을 내렸고, 장혁은 사극지존(史劇至尊)으로 남았다. 그는 자신처럼 장사꾼이 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장사로 백성을 이롭게 하고, 힘겹고 어려울 때 동패들 간에 서로 도와 물화를 끊임없이 유통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보부상의 정신인 것이야.”반항기와 아웃사이더의 거몇 년 전 자신의 이야기
그녀는 사뭇 야위어 보였다. 장기 미제사건 전담반 차수현 팀장 역을 위해 살을 뺐을까? 두 볼은 홀쭉했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움직임은 빨랐다. 시간이 흐른다고 사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범인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죽인 범인의 죄는 인간이 정한 시간에 맞춰 사라질 수 없다.내 가족이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알 수 없기에 피해자 가족들은 치유되지 않는,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을 끌어안고 산다. 그래서 범인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를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 사
“영원히 진리를 알 수 없을지라도 저 무한함에 도전하는 무모함을 감내”하는 것이 숙명이라 생각했던 장영실.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장영실’(KBS)은 ‘대하 과학 사극’이다.과학의 존재가 미미했던 시대, 세상의 이치를 찾아내기 위해 평생 과학에만 몰두했던 자신의 운명을 뒤돌아보며 생을 마감하는 노년의 장영실로 포문을 연 송일국은 이미 ‘장영실 그 자체’였다. 양반인 아버지와 관노(官奴)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친인척들에게 멸시받으며 살아야 하는 천한 신분이었지만 장영실은 당
“이 과장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당신만 지켜야 할 사람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지켜야 할 사람이 있어.”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농성 중인 노조 천막을 부수고, 노조원들을 다치게 한 정민철 부장은 의기양양했다. 회사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성취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가 만든 개’였을 뿐, 회사는 그를 ‘케어’해 주지 않았다. 그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나서야 자신이 판세를 읽을 줄 모르는 장기판의 멍청한 말이었음을 알았다. 노동현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웹툰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청춘은 떠나갔고, 부르지 않았는데도 황혼은 다가왔다. 풋풋했던 젊음도 한때, 세월의 꼬리는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미자였고, 아름다운 추억이었고, 아픈 사랑이었다.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불새가 되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는 차화연이다.요즘 그녀는 엄마다. 주말연속극 ‘엄마’(MBC·2015)에서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아이들 넷을 키워낸 엄마 윤정애로 살고 있다. 변두리지만 서울에 내 집이 있고, 번듯한 가게도 있는 사장님이다. 시장통 좌판 장사부터 시작했으니 고생
성동일이 돌아왔다. 해태 타이거즈 선수 출신 ‘서울 쌍둥이’ 코치로, 구수한 사투리 한마디에 넉넉하고 소박한 마음을 담아주던 ‘응답하라 1997’(tvN·2012)과 ‘응답하라 1994’(tvN·2013)의 그가 이젠 만년 은행 대리가 되어 ‘응답하라 1988’(tvN)로 돌아왔다.‘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세 번째 시간여행이다. 등장인물이 바뀌어도, 이야기 틀이 변해도 여전한 사람, 아버지 성동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고도성장의 그늘을 명확
처음엔 그저 그런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전 가족의 TV 등장을 목표로 한 듯 연예인 가족 모두가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는 요즘이기에 큰 기대감도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부모님의 심부름을 수행하는 연예인 자녀들을 보여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은 좀 달랐다. 단순히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시간이 아니었다.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들 스스로 자신만의 ‘난생처음’ 순간과 그때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제목도 그냥 처음이 아니라 난생처음이란다. ‘난생처음’(TV조선, 연출 정규
보름달이 둥실 떠오른 추석날, 영화 ‘베테랑’은 1300만 고지에 올라섰고, 유아인은 최고 흥행 배우가 되었다. 그의 또 다른 영화 ‘사도’도 420만을 넘어 순항 중이다. 확실히 ‘아인 시대’다. 한 배우의 다른 영화가 동시에 극장 상영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서로가 흥행 견인차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베테랑’을 본 관객들은 ‘사도’의 유아인을 만나러 발길을 옮겼고, ‘사도’를 먼저 본 관객들은 ‘베테랑’의 유아인이 궁금했다.유아인의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나‘베테랑’(2015)의 그는 재력가의 아들이었다. 자본만이 자유